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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사루의 직원들
- 이해하면 편한 직원들의 역할과 체계. 한국인 직원을 찾아라!
벨라사루에는 다양한 스탭들이 있다.
그 구분은 단순히 옷의 모양과 색상으로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유니폼이고 규칙인 것 같다.
스피드보트를 운행하는 직원들은 파란색 티셔츠 유니폼을 입고있는데 조금은
무뚝뚝해보이지만 몇 마디 나눠보면 은근 후덕하시다.
리조트 내의 소소한 서비스를 통해 손님들과 접촉하는 룸보이 등은 아래 위로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고 기본적인 영어를 할 줄 안다.
리셉션이나 아침을 먹는 벨라 식당에서 자주 마주치는 하늘색 남방을 입은 직원들은
영어가 유창하며, 여기 한국인 여자 직원도 계신다.
우리가 있는 동안 이 한국분은 주로 오전이나 낮시간대에 근무하셨는데,
한국여행객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는 듯 하다.
그리고 나머지 베이지색 남방을 입었다거나 형형색의 각기 다른 옷을 입은 사람들은
여행객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이 거의 없는 기능직 직원들인데, 설비나 공사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리조트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시다.
그리고 유니폼이 무슨 색이든 대부분의 리조트 직원들은 손님이 지나갈 때 다들
'굿모닝'과 같은 인사를 하는데 확실히 서비스 교육을 받은 것 같았다.
짧은 견해로 봤을 때, 계급과도 같은 이 직원 체계는 어학능력과 깊은 연관성이 있으며,
이 영어가 유창한 사람들은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들이 많은 것 같다.
익스커션 중 친해져서 페이스북 친구까지 된 비샴이라는 직원은 말레에 사는
20살 청년인데, 여기 직원들은 숙소도 밥도, 헬스장같은 리조트 내 모든 부대시설이
무료라 정말 좋다고 했다. 게다가 주 6일제라 일주일에 한번은 집에 가서 쉴 수 있다고..
스위트룸도 공짜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웃으며 기숙사만 무료라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들을 가진 몰디브 사람들은 정작 자연을 즐기지 못하고
외국에서 휴가 온 관광객들을 위해 일하는 걸 보며 씁쓸하면서도 묘한 생각이 든다.
*다섯째날
이제 정말 떠나야한다는 걸 실감하며 약간은 침울하게 아침을 맞았다.
그동안 잔뜩 껴있던 구름도 조금씩 걷히더니 파란하늘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배신감을 느꼈지만 더욱 빛나는 바닷빛깔에 사진기를 켜지 아니 할 수 없었다.
몰디브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 리조트로 새로 들어온 뉴페이스들을 보며 우리는
장기투숙자마냥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오늘 당장 이 곳을 떠나야하는 우리는
그들이 내심 부러웠고,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지옥과 같은 일터로 나갈 생각에 더더욱
천국과 같은 이곳을 떠나기가 싫었다.
방으로 돌아와 아쉬운 마음으로 짐을 정리한 후 문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아 짐을 옮겨 줄
포터를 기다렸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전화했더니 그냥 문 앞에 두면
가져간다는 것이였다. 리셉션으로 가니 체크아웃 할 손님들이 기다리고있었다.
직원은 지난 4일 동안 우리가 열심히 써재낀 흔적들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내더니
영수증을 내밀며 확인을 요청했다. 한줄한줄 읽어 내려가다가.. 헉! 이게 뭔가!
벌겋게 익은 신랑 다리에 스프레이 한번 뿌려주며 주의를 주던 그 싱가폴계처럼 생긴 직원!
한 마디로 그 '의사'라는 사람이 조치해준 처방이 30불이 넘었다. 별도로 나온 연고값은
그렇다쳐도 직원이 스프레이 한번 뿌려준 정도야 리조트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정도라
생각했는데.. 좀 황당했지만 만약에 대비해서 처방에 대한 영수증은 별도로 챙겨달라고
했다. 카드로 한방에 결제하고 체크아웃을 하는데 우리가 미리 예약했놨던 2시
스피드보트가 다 차서 자리가 없다는거였다. 황당하고 화가났지만 '죄송합니다.
자리가 없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직원에게 뭐라 하겠나. 9시 비행기라 5시에 나가면
말레투어를 하기에 애매해서 어쩔 수 없이 12시 스피드보트로 나가기로했다.
점심으로는 풀장 옆 피자리아에서 피자를 먹을 계획이였지만 배부르기도 하고 이미
체크아웃해서 계산이 끝난 상태라, 안타깝게도 맛볼 수 없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해변은 왠지 더 예뻐보이고, 두 눈에 조금이라도 더
담아가려 애쓰고 기억하려 애썼다. 우리 캐리어가 있는지 확인한 후 구명조끼를 입고
스피드보트에 올라탔다. 아쉬워하는 우리에게 직원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며
잘가라고 배웅을 해줬다.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름다운 벨라사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바라보며
우리 보트는 공항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공항으로 향했고, 우리는
벨라사루에서 제공하는 무료 말레투어를 하기위해 무뚝뚝해보이는 현지 가이드와 인사했다.
투어는 우리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옆에 또다른 한국인커플이 합류해서 총 5명이 말레로
가는 배를 타러 걸어갔다. 가이드도 무뚝뚝해보이고 그 커플도 둘이 소곤소곤 거려서
그닥 다같이 즐기는 분위기는 아니였으나, 조금씩 몇 마디씩 주고 받다보니 어색함은
줄어들었다. 사실 가이드의 발음은 현지말투와 비슷해서 알아듣기 힘들었고
목소리도 작고 불분명해서 우물우물거리는 것 같았다.
말레는 태국과 인도를 섞어놓은듯한 분위기였고, 해변가를 제외하고는 골목길이 좁았다.
그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로 오토바이들과 자동차가 지나다녀서 공기도 탁하고 정신이
없었다. 작은 국가라 그런지 대통령궁도 동네 한 켠에 자리잡은 전원주택과 같은 규모고,
대부분의 행정기관이나 시내 관광지들의 규모도 작고 아담하다.
시내투어가 30분정도 걸릴꺼라더니 정말 금방 끝나버렸고, 기념품을 사기 위해 가이드와
함께 기념품샵에 갔는데, 물건을 고르면 고를수록 가이드의 표정이 한층 밝아짐을 느꼈다.
기념품들이 그렇게 싸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리조트나 면세점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흥정을 하면 할 수록 가격은 내려간다.
나중에 더 깎을껄 후회말고 처음부터 과감하게 팍팍 깎아야한다. 나는 50% 깎아서
불렀는데 이리저리 흥정하다가 결국 40% 정도 할인받은 가격에 차, 컵받침, 커피잔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물론 서로 기분나쁘지 않게 흥정하는 것이 좋고, 딜이 성립되고나서는
웃으며 훈훈하게 끝내는게 좋다. 무료하게 가이드해주던 '무료 가이드'와 헤어지며
우리는 너무 적진 않지만 과하지도 않는 소액의 팁을 주며 저녁식사를 할 식당 한 곳을
추천받았고, 한국인 커플들과도 헤어졌다.
우리는 저녁에 공항가는 배를 탈 선착장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왔던 길로 되돌아 갔다가
해안도로를 따라 쭈욱 올라왔다. 말레는 한국의 '동'규모로 작은 도시였고, 몇 군데의
주요 건물만 기억하고 있으면 지도도 따로 필요없을 것 같았다.
치안은 나쁘지 않아보였으나,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기념품거리 앞의 커다란
공원 근처에는 기념품샵으로 유인하는 삐끼들이 많았다.
대부분 친절하게 관광지를 안내해주는척, 도와주는척 하며 접근을 한 후, 슬그머니
가족 혹은 지인이 운영하는 기념품샵에 대해 얘기를 꺼내며 명함을 주거나 유인하는데
영세한 가게들도 많아보였다. 우리는 이미 기념품들을 샀기에 삐끼들을 떼어내기에 바빴다.
딱 잘라서 안산다고 말하거나, 이미 샀다고 말하면 알아서 떨어져나갔지만,
끝까지 들러붙는 거머리같은 삐끼가 있었는데, 어디서 한잔 걸치고 왔는지 상태도
이상하고 수상해보였다. 계속 무시하다가 나중에 버럭했더니 뒤돌아서서 오히려 우리보고
사기꾼이라고 궁시렁거려 황당했다. 말레 시내가 얼마나 작은지 우리는 그 이후로도
이 거머리를 세 번정도 다시 봤는데, 두 번정도는 다른길로 몰래 빠져나가고,
한 번은 또 다른 삐끼가 떼어내줬다.
자유롭게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는 건 재미있었지만 날씨도 더웠고 사실 딱히 구경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 지친 우리는 가이드가 소개해 준 맛집으로 갔다.
사실 현지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위생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식당이나
커피숍들이 너무 허름해보였다. 가이드가 소개해 준 식당은 태국음식점이였고,
벨라사루에서 봤던 다른 한국관광객들도 가이드와 함께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시원한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안가봤던 골목골목으로 가보니 관광객들이 가지 않는
주택가도 있었고 한국 브랜드들이 적힌 상점들도 간간히 보였다. 해안도로쪽으로 빠지니
부둣가쪽에 작은 쉼터가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 곳에 나와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해질녘이라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그 동안 날이 흐려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일몰도
보게되었다. 좁고 정신없는 골목길을 벗어나 이 곳에서 몰디브 주민들과 함께 일몰을
보며 앉아있으니 너무 평화로웠다. 100% 무슬림이라는 몰디브답게 히잡을 입은 여성이
눈이 크고 해맑은 딸아이와 함께 웃고 장난치며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그냥 우리 동네같은
기분이였다. 너무 멀리 와서일까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멀어서 걷는 도중
어두운 밤이 되어버렸지만 활기찬 어시장과 청과물시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배를 타고 시골의 터미널과 같은 말레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 잔씩 들이키고 광저우로 향하는 남방항공에 또다시 몸을 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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