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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의 선택
- 식당마다의 분위기를 즐기고, 맛을 즐기자!
벨라사루의 음식들이 맛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단정짓기 곤란하다.
그만큼 호불호가 가리고 입맛의 상대성이 존재한다. 미식가도 아니고 왠만한 음식들에
대해 불만이 없는 우리로서는 전체적으로 음식이 입맛에 맞고 괜찮았다.
식당은 조식을 먹는 벨라, 캔들라잇디너가 가능한 샌드, 터쿼이즈, 이티전,
그리고 테판야끼 레스토랑이 있으며, 바는 펜바와 칠바가 있다.
아침은 벨라에 가서 룸넘버를 말하고나면 자리를 배정해준다. 커피와 차를 주문한 후
부페를 이용하면 되는데 오믈렛과 각종 빵과 과일들, 생과일음료들, 씨리얼, 요거트,
소시지, 햄, 계란, 야채들이 있고, 오믈렛이 거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줄도 길고 인기가 많다. 양파, 햄, 치즈, 토마토, 파프리카 등 넣고싶은 재료를
선택 할 수 있으며 맛과 양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그리고 생과일주스도 3가지가 있는데 조금씩 종류가 바뀌기도 한다.
조식은 10시30분까지 제공되므로 늦잠자고 느긋이 와도 충분하다.
그 다음 벨라사루의 로망인 샌드레스토랑.
첫째날 룸을 안내해주던 직원이 샌드레스토랑에서는 캔들라잇디너가 불가능하다고,
지금은 시기상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라고 무뚝뚝하게 말해준탓에, 우리는 다시 한번 더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샌드레스토랑에 물어보니 캔들라잇디너는 가능하지만
날짜변경은 리셉션에 문의하라고 했고, 리셉션에 가서 문의해보니 여기저기 전화하며
알아봐주더니 샌드레스토랑은 이미 예약이 다 차서 불가능하다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터쿼이즈에서 캔들라잇디너 서비스를 받았지만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5센치는 될 법한 두툼한 스테이크와 달콤한 디저트~
스타터, 메인요리, 디저트로 알차게 구성되어있고 음료는 포함되지 않아 주문을 해야한다.
둘째날에는 테판야끼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일본식 철판요리라 그런지 동양인의 입맛에 적당한 것 같다.
주문을 받고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요리를 해주는데 셰프의 손놀림이 볼만하다.
맛있다는 후기가 많아서 잔뜩 기대해서일까? 나에겐 그냥저냥 입맛에 맞는 수준이다.
셋째날 저녁에는 말많은 샌드레스토랑으로 갔다.
대여섯시쯤 또다시 비바람이 몰아쳐서 운영할까 걱정했지만, 막상 오픈시간이 되니
비가 뚝 그쳐서 별문제가 없어보였다. 우리는 도착한 다음날 날짜별로 식당들을 한꺼번에
예약해놓았는데, 우리가 예약했던 샌드레스토랑은 누락이 된건지 우리 이름이 없다.
하지만 친절한 직원들은 웃으며 좋은 자리로 안내해주며 주문을 받는다.
예약이 안되어서 우리가 맘상했을까 신경쓰였는지 우리 테이브에만 캔들라잇을 하나 더
놓아주고, 불편한건 없는지 음식맛은 괜찮은지 수시로 물어본다.
콜라를 하나만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쎈스있게 레몬과 얼음이 든 컵을 두개 갔다주며
반씩 따라준다. 음식은 왕새우와 치킨을 시켰는데 왕새우가 정말 커서 깜짝 놀랐다.
양도 많았지만 맛도 아주 고급스럽고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테판야끼나 터쿼이즈에 비해 모든 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식당은 도착한 첫날이나 다음날 한꺼번에 예약을 해 놓는 편이 좋고,
식당을 포함한 리조트내의 모든 부대시설은 체크아웃하는 마지막날 계산을 하므로,
식당에서도 다 먹고나서 나가기 전에 영수증에 싸인만하면 된다.
그리고 팁이라면 팁일까? 어느 나라를 가든 메뉴선택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밥으로 만든 음식, 매콤한 음식, 해산물 음식을 시키는 것이 무난한 것 같다.
치킨류도 괜찮긴한데 간혹 비린내가 나거나 살이 텁텁한 경우도 있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므로 참고만 하길 바란다.
* 넷째날
느긋한 아침식사를 하고있는 우리에게 한 남자직원이 우리보고 ESCAPE ISLAND 익스커션을
예약했는지 물어본다. 비는 안오지만 구름이 많아서 좋은 날씨는 아닌데 가겠냐고
물어봐서 기꺼기 가겠다고 했다. 부랴부랴 챙겨서 리셉션에 가니 한국인 직원이 반갑게
맞이해주며 선착장까지 배웅을 해준다. 이용객이라고는 신랑과 나, 단 둘 뿐이다.
단체 익스커션이 아니라 오봇하고 좋다. 스피드 보트를 운전하고 짐을 날라다 주는
파란 유니폼의 직원 세명과 우리를 안내해 줄 하늘색 남방의 직원 한명이 함께 한다.
이렇게 우리 둘에게 붙는 인력만 해도 4명이다. 여기에 코스로 나오는 점심과 각종
음료들이 포함되었다는 걸 감안해본다면 결코 비용이 비싼게 아니다.
무엇보다 사방이 바다이며 풀 한포기조차 없는 반달모양의 하얀모래섬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은 그 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스피드보트는 남자 키정도의 수심에 정착했고 여기서 육지까지 걸어가야하는데
키가 작고 수영을 못하는 나를 위해 직원들이 제공한 작은 서비스!
작은 스티로폼 알갱이가 가득한 공모양의 소파에 나를 앉혀 육지까지 둥둥 끌고 가 주는게
아닌가! 왠만한 놀이기구보다 더 재미있다! 나중에 보니 이 스티로폼 소파는
여러가지 물건과 장비들을 실어나르는 도구이자 점심식사때 제공되는 소파,
이 두 가지 역할을 하고있었다.
섬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모래섬이 지구에 있다니,
이 곳이야말로 천국같았다. 아무도 없는 모래섬에는 하얗고 까만 새들이
섬의 1/3을 뒤덮고 있었는데 우리가 다가가자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새들이 날아가버렸다.
가이드에게 새 이름을 물어봤는데 그저 Sea bird라는 대답밖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으니 가이드가 심심했는지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나머지 직원들이 모래섬 위에서 식탁을 준비하는 동안, 자기가 할 일은 우리를 위해
사진을 찍어주는거라고.. 우리끼리 낄낄거리며 정신없이 노는 모습을 멀찌감치 따라오며
사진찍어주는데 괜시리 미안하고 뻘쭘하다.그래도 어쩌겠는가? 남는건 사진 뿐,
찍어주면 고마울 뿐.. 세 명의 직원이 식탁을 준비하고 가버리자 가이드는 사진 찍는걸
멈추고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러 간다.
바다가 아주 아름답고 얕아서 나같은 사람이 놀기엔 정말 좋은 것 같다.
얕지만 산호도 있고 작은 물고기떼도 있고 무슨 가지처럼 생긴 검붉은 생명체도 보인다.
그 물컹하고 징그러운 생명체는 몰디브 사람들이 실제로 음식을 만드는데 이용된다고 하니,
우리나라로 치자면 무슨 개불같은 해산물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한참 놀다보니 도시락도 대충 준비된 것 같고 가이드도 심심해하는 눈치라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하나는 샌드위치, 하나는 초밥이였는데 사실 맛은 별로다.
샌드위치 안에 든 고기는 퍽퍽해서 목이 메이고, 초밥은 그나마 나았지만 밥의 양이
한국 초밥의 2배이다. 우리는 편안히 앉아 밥을 먹는데 옆에서 가이드가 물수건이며
냅킨이며 음료며 이것저것 챙겨주니, 조금 미안해서 말도 걸고 농담도 하며 함께 대화를
했다. 20살의 비샴이라는 이 말레청년은 즐거워하며 친구따라 이 곳에 일하게 되었는데
숙소도 있고, 음식이나 헬스장과 같은 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아름답고
쾌적한 생활에 만족한다고.. 몰디브가 50년 뒤에 가라 앉는다던데 진짜냐고 물어보니,
몰디브는 산이 없어 지표면이 낮긴하지만 절대 그럴일 없을거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왜 가라앉냐며 행복하면서도 자신있게 대답한다. 매일매일 이렇게 천국같은 곳에서 사는
당신이 부럽다고 말하니 뿌듯해한다.
밀물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고 식사를 정리하니 음료를 종류별로 꺼내며 어떤걸
마시겠냐고 묻는다. '이게 왠 득템이냐'며 두어개 덥썩 집어드니 웃으며 나머지도 다
가져가도 된다고 한다. 아름다운 외딴 섬 위에 아름다운 식탁을 배경으로 우리는 다같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비샴은 우리를 보며 '대부분의 한국 커플들은 보통 조용하고 자기에게 말도 잘 안하는데
당신들은 내게 참 다정해서 너무 좋다'고 사진 나오면 파일로 보내달라고 한다.
페이스북 아이디와 메일주소를 적은 휴대폰을 내미는데 삼성폰이라 은근 반가웠다.
이 작은 섬의 이름이 있냐고 물어보니 너무 작아서 이름도 없고 지도에도 안나온단다.
그래서 우리는 초승달 모양의 이 섬의 이름을 Moon Island라고 붙였다.
이 섬은 벨라사루 소유의 섬은 아니고 다른 리조트에서도 이용한다고 한다.
훈훈한 시간과 아름다운 모래섬을 뒤로 하고 스피드보트에 오른다.
눈부신 모래와 물빛이 꿈결과도 같고 내가 찾던 몰디브의 환상이 바로 이 곳에 있었다는
확신이 든다. 신랑과 나는, 몰디브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아름다웠던 건 바로
이 섬이라 생각했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그 자체!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직접 가서 보고 느끼기 전까진..
벨라사루 선착장으로 오니 막 공항에서 들어온 한국여행객들이 보인다.
그들의 들뜬 분위기를 보니 내 마음도 다시 두근거린다.
리셉션에 가서 말레시내투어를 확인하고 방에서 샤워하고 잠깐 쉬려고보니 신랑의 다리가
햇볕에 빨갛게 화상입어 있다. 수영복 바지 위의 허리쪽도 완전 익어버렸다.
위에는 줄무늬의 흰색 비치 후드집업을 입었는데 이 옷이 얇은 망사로 되어있어서 마치
그릴에 구운 스테이크처럼 줄무늬 모양으로 등이 살짝 굽혀져 있었다.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보니 얼굴,목,팔에만 썬크림을 바르고 나머지는 깜빡한 것 같다고..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모래섬에서 썬크림도 안바르고 실컷 스노클링을 하고 놀았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처음에는 놀렸으나 점점 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한 따가움을
호소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스멀스멀 엄습해온다. 한국에서 가져온 진정스프레이는
유효기간이 지나서인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나는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신랑을 끌고
리셉션에 갔다.
호텔에도 상비약이 있는데 해변에 있는 이 정도 규모의 리조트에 설마 화상연고 하나
없으랴? 간단한 처방이라도 받기위해 직원에게 이야기했다. 그 직원은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더니 곧 사람이 올거라고 말해주고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한참 뒤 어디선가
헐레벌떡 뛰어온 싱가폴계 처럼 보이는 그 직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썬크림은 꼭 발라라, 당분간 물가에 들어가지 마라, 며칠간 좀
따갑겠지만 나아질것이다 등등 누구나 알 법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프로페셔널하게 하더니
약을 가지러 가겠다며 잠시 어디론가 가버린다. 작은 스프레이와 연고 하나를 들고
나타난 이 직원은 화상입은 부위에 스프레이를 뿌려주더니 이 둘 중 하나를 꾸준히
발라주면 될 것 같다고 하며 어떤걸 가져가겠냐고 묻는다. 스프레이를 선택하려하자
잠시 고민하더니 '내생각엔 연고가 더 효과가 좋을 것 같다. 화상이든 벌레 물린데든
빨갛게 된 부위에 바르면 되기때문에 두루두루 쓰일거다'고 한다. 사적인 용도라
2달러 정도하는 이 연고를 우리가 사야한다고 한다. 2달러 정도야..ㅎ
연고를 바른 후 우리는 터쿼이즈 레스토랑의 캔들라잇디너로 마지막 저녁식사를
멋지게 장식하기로 했다. 큰 존재감이 없는 이 식당은 벨라와 붙어있어서 조식시간에
테이블이 부족할 땐 이 장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큰 특징은
없으며 넓고 한산하고 조용하다. 미리 주문한 코스대로 음식은 나오지만 요리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스프같은 스타터도 나왔지만 사실 약간 실망스러웠고
메인으로 남편은 스테이크, 나는 가리비살로 만든 요리가 나왔다.
높이가 5cm는 될 법한 두툼한 스테이크에 깜짝 놀랐다. 미디엄이라 고기를 썰 때 약간
흐물흐물했지만 맛은 괜찮았다. 가리비살 역시 신선하고 맛있었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과 쵸코케익이 나왔는데 쵸코케익은 너무 달아서 남겼지만 아이스크림은
맛이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이 식당은 요리의 플레이팅이 이뻤던 것 같다.
우리가 추가로 주문한 칵테일은 상큼하고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크게 나쁘진 않았지만
샌드레스토랑에 비해 확실히 약간 실망스럽긴 했다.
캔들라잇디너를 끝내고 방에 들어가니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침대꽃장식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마지막날이지만 어떠랴. 우리는 사진빨을 이용해 디럭스방갈로의 침실을 풀빌라급
침실로 업그레이드 하기위해 열심히 조명과 각도를 조정하며, 마치 허니문의 첫날밤에
설레여하는 커플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며
몰디브에서의 마지막밤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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